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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피드

AI는 마케터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가

 

ChatGPT는 나의 동료일까, 경쟁자일까


'내가 쓰는 이 한 줄, 정말 내가 쓴 걸까?'


너무도 자연스럽게 열리는 GPT 창 앞에서 콘텐츠를 기획하다 멈춰선 순간마다, 트렌드를 분석하거나 보고서를 쓸 때마다, 나는 조금씩 ‘나’로부터 멀어졌다.


돌이켜 보면 처음 GPT를 접했을 땐 단순한 도구로 여겼다.

자료를 정리해주고, 문장을 다듬어주고, 아이디어를 보완해주는 정도.

하지만 지금 나는, 단순한 ‘도구 사용자’에서 내 일의 일부를 ‘위임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AI는 정말 나에게 도움이 되었는가?

그리고 이건 도움이 된다는 것을 넘어서 ‘어떤 인간이 되어가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AI가 나에게 준 것들

— 빠름, 정확함, 과잉 효율


마케터는 늘 벽에 부딪힌다. 기획은 해야 하고, 콘텐츠는 생산해야 하며, 성과는 나야 하고, 말은 설득력 있어야 한다.

우리는 늘 어떤 ‘정답’을 요구받는다.


그럴 때 GPT는 모든 해답을 갖고 있는 듯했다.


“트렌드 분석해줘”

“이 타겟에 맞는 카피라이팅 10개만”

“에이전시 입장에서 작성된 제안서 문구 예시 줘”

“브랜드 마케팅 인사이트 칼럼 하나만 써줘”


모든 게 가능했다. 그리고 심지어 내가 썼던 것보다 나았다.

내 머리를 짜내 한 시간 고민했던 것보다, AI가 30초 만에 제시한 문장이 더 설득력 있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때부터다.

AI는 더 이상 ‘도구’가 아닌 ‘대체 가능한 나’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콘텐츠 생산자의 정체성이 흐려질 때 AI는 글을 잘 쓴다.

정확하고, 문법적이고, 구조도 깔끔하다.

하지만 이야기를 하진 않는다. 감정을 담지 않는다. 고민의 흔적이 없다.

그리고 그 빈자리는 결국 내가 메워야 한다.


처음엔 좋았다. 고객사 보고서를 더 빠르게 완성했고, 인스타그램용 카드뉴스 카피도 훨씬 다양하게 뽑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무의식적으로 GPT의 문장을 내 문장처럼 사용하고 있었다.


AI가 만든 초안을 그대로 붙여 넣고 그 안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만 ‘조금 수정’하고

글 전체가 내 스타일이 아닌데도 “이게 더 좋아 보이니까”라고 넘겼다.


결과는 더 빨리 나오는데 일이 끝나도 성취감이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한 일이 아니었으니까.


 




<내가 만든 콘텐츠>라는 감각은 어디로 갔을까

마케터는 창작자다. 동시에 분석자고, 설계자다.


AI는 분석해주고, 제안해주고, 말까지 정리해준다.

그런데도 나는 어느 순간부터 '내가 왜 이걸 쓰고 있는지'를 잊고 있었다.


AI가 말한 근거는 납득되지만 내가 경험한 맥락은 거기 없었다.

누군가가 GPT가 쓴 내 글을 읽고 칭찬해도 '사실 그건 제가 쓴 게 아니라…'라는 말을 삼키게 되는 묘한 감정이 자꾸 남았다.


 




나는 왜, 마케터로서 AI 사용을 멈추기로 했는가

AI를 ‘쓰지 말자’는 말이 아니다. 나는 지금도 AI를 쓴다.

하지만 마케팅을 배우는 과정에서, 콘텐츠를 직접 쓰는 순간에서만큼은 AI를 배제하기로 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1. 감각을 빼앗긴다

카피 한 줄, 인사이트 하나도 내가 머리로 생각하고, 마음으로 느끼고, 직접 손으로 써야

다음에 그 감각을 ‘내 것’으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AI는 정답을 준다.

하지만 그 정답을 내가 모르면 그건 내 것이 아니다.


2. 문제 해결보다 ‘답 복붙’에 익숙해진다

마케팅에서 중요한 건 '왜 이 성과가 나왔는지'를 추론하고,

'어떻게 바꿔야 할지'를 전략화하는 힘이다.


AI는 문제를 직접 겪어보지 않고도 해답을 준다.

그건 편리하지만, 동시에 사고의 단련 기회를 없앤다.


3. 사람의 언어는, 사람이 써야 한다

이 글도 그렇다.

아무리 AI가 똑똑해져도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이 모호한 위기감, 이 감정과 경험의 혼합을 그 누구보다 '사람'은 읽어낼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글을 쓰고 싶다.


 




AI 시대의 마케터에게 필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AI는 결국 모두를 도와준다.

하지만 AI가 만든 결과물은, 다르게 말하면 '나 아니어도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케터로서 나의 역할은 무엇일까?


"이 타겟은 왜 이 글에 반응했을까?"

"왜 지금 이 채널에서 이 메시지가 먹히는 걸까?"

"브랜드가 말해야 할 건 정말 이 방향이 맞을까?"


이 질문을 던지는 사람,

AI가 줄 수 없는 경험과 인간의 언어로 연결해주는 사람,

그 사람이 진짜 마케터다.


 




나는 지금도 AI를 쓴다. 하지만...

GPT는 내 일에 빠질 수 없는 존재다. 제안서도, 광고 문구도, 보고서도 분명 더 빨라지고 정확해졌다.


하지만 나는 ‘내 생각을 쓰는 일’에는 AI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건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브랜드의 말은 사람이 써야 한다.

그게 내 마케팅 철학이고 앞으로도 지켜가고 싶은 나만의 밥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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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마케터에게도 ‘특이점’은 온다

『특이점이 온다』에서 레이 커즈와일은 이렇게 말했다.

"기술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순간, 역사는 이전과 완전히 다른 흐름을 타게 될 것이다."


그는 그 시점을 특이점(Singularity)이라 불렀다.

그리고 그 시점은 더 이상 SF가 아니라, 지금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 되었다.


2023년, 마케터들이 처음으로 GPT와 대면했을 때의 충격.

2024년, 누구나 AI를 ‘보조’가 아닌 ‘대체자’로 느끼기 시작한 흐름.

2025년, '인간의 카피가 AI의 문장보다 못하다'는 피드백을 듣는 순간.


그건 단순한 기능의 발전이 아니다.

그건 우리가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일들’이

조용히, 그리고 무섭게 대체되어가는 장면이었다.


 




우리는 마케터로서 그 특이점 위에 서 있다 특이점이 오면 인간은 더 이상 과거의 인간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 ‘카피를 쓰는 인간’에서 ‘카피를 고치는 인간’으로,

‘브랜드를 설계하는 인간’에서 ‘브랜드를 리뷰하는 인간’으로

조용히 역할을 바꾸고 있다.


이건 업무 재정의가 아니라 존재 방식의 변화다.


이제는 창작자가 아니라 감별자가 되고,

기획자가 아니라 검수자가 되며,

사람이 아닌 알고리즘을 통해 감정을 추론한다.


이 모든 것이 바로 마케터가 맞이한 특이점이다.


 




특이점 이후의 마케터는 ‘의도’를 팔아야 한다

AI는 문장을 잘 쓴다.

그러나 의도를 설계하지는 못한다.


브랜드의 철학을,

타겟의 심리를,

타이밍의 정서를,

콘텐츠 뒤에 숨은 전략을…


AI는 ‘보이는 것’을 다룬다.

사람은 ‘보이지 않는 것’을 설계한다.


이제 마케터는 더 이상 문장력으로 경쟁하지 않는다.

의도력(intent thinking) 으로 싸워야 한다.


그리고 그건 아직까지 AI가 못하는 영역이다.

아니, 못한다고 믿고 싶은 마지막 경계선이기도 하다.


 




특이점은 마케터에게 묻고 있다

“너는 여전히 의미를 만드는 존재인가?”


지금 우리는 GPT에게 말 한마디면 기획안도 나오고 콘텐츠도 나오고 브랜드 슬로건도 뽑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기획의 ‘진짜 이유’는 누가 설명할 것인가.

그 슬로건을 밀고 가야 할 ‘감정의 근거’는 누가 설계할 것인가.


특이점이 온 시대의 마케터는 더 이상 지식노동자가 아니다.

그는 해석자이자, 방향 제시자이며, 인간으로서의 감각을 기억하는 자다.


나는 오늘도 광고 문구를 짜기 전. 이 문장이 정말 우리 브랜드의 말인지 나 자신에게 되묻는다.


GPT는 수천 개의 좋은 문장을 쓸 수 있다.

하지만 이 브랜드가 이 순간, 이 말이어야 하는 이유는 오직 나만이 만들 수 있다.


특이점은 이미 와 있다.

이제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전체댓글6

    • 멀티렉스
    • 2025-04-24 13:44:03

    의도력… 이건 진짜 남는 말입니다.

    • 퍼포먼스유
    • 2025-04-24 13:43:23

    특이점 이후에도 결국 ‘사람은 왜 이 메시지를 믿었는가’가 남더라고요. 기술보다 태도라는 말, 요즘 진짜 와닿습니다.

    • 토이플래닛
    • 2025-04-24 13:42:49

    잘 읽었습니다!

    • 블루스A
    • 2025-04-24 13:42:25

    좋은 글 감사합니다

    • pluffy
    • 2025-04-24 13:42:05

    AI가 문장력을 이겨도 맥락을 설계하는 건 아직 사람의 일인 거 같습니다.

    • 아이레이마케터
    • 2025-04-24 13:41:14

    이 문장이 정말 우리 브랜드의 말인가’라는 문장에서 멈춰 섰습니다.
    요즘 자꾸 기획서가 너무 잘 나와서 오히려 불편했는데, 이 글 보니 이유를 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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